2014년 1월 30일 목요일

사회라는 이름의 기억시스템

감수분열과 양성생식의 장점으로 인한 생명체의 자가특성변화와 다양성추구는 언젠가 있을 수 있는 특정 위협요소에 대한 방어기제로써 훌륭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번식을 끝낸 개체의 죽음으로 인한 대량의 기억정보소실은 많은 이점에도 불구 생명체의 생존을 유도해야하는 유전자 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로 남는다.

그래서 유전자는 DNA의 내부에 특정한 코드를 입력하여 모체의 정보력 소실에도 불구,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특정 기능을 생명체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두가지 기제를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본능`이다. 동물의 본능 기작은 생존과 번식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모든 동물이 본능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세대간에 내려지는 기억정보전달의 두번째 특성은 `학습`이다. 동물들 중에서 본능적 특성이 약한 존재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사회성이다. 사회성을 통한 학습의 궁극에선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가정, 학교, 국가, 문화, 이념... 이들 모두는 유전자 전달체로서 만들어진 우리의 후손들을 학습시키고 전체 유전자 집단(pool)의 안정을 견고히 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생명의 본질이 유전자를 전파하는 정보전달체라면,
사회나 문화는 방대한 기억시스템이고,
도시는 거대한 외부기억시스템일 수 있다.

스스로의 이념, 진로, 사랑하는 이성, 사회적 선호,...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것이 있는가? 스스로 했다고 생각하는 것 조차 사실은 사회시스템이 이끄는데로 걸어간 것은 아닐까?

아니 애초부터 나라는 존재는 없고 호르몬의 작용과 시스템적 학습과 강요에 의해 내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내가 선택해온 길이라는 것이 유전자 레벨의 프로그래밍과 사회라는 기억시스템의 가치관이 반영된 자취에 불과하다면 삶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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