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1일 금요일

화(火,분노)의 메커니즘(Dooms-day-machine 이론)

1964년 큐브릭 감독의 명작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 보면 소련은 미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으면 방사능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전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는 최후의 무기를 발사하는,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논리메커니즘을 구축했다. 소위 Dooms-day-machine이다. 영화에서 둠스데이머신은 결국 지구를 파멸시키지만 만약 현실에 이 기계가 존재하고 미국이 그 사실을 안다면 미국은 감히 소련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만약 둠스데이머신의 단추를 인간이 수동으로 눌러야 보복공격이 된다면 어떨까? 비록 모스크바에 미국의 핵이 떨어졌지만 이 때문에 공산당 서기장은 복수의 즐거움 외에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하는, 오히려 악마로 비난받을 전 인류를 파멸시킬 폭탄을 가동시키겠는가?

아이러니하지만 이러한 공포스러운 핵전략의 모순들은 당사자들의 이해가 충돌하는 모든 갈등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가령, 공중납치범의 경우 승객들중 누구라도 저항을 하면 비행기를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폭발하는 폭탄을 가슴에 두르고 있는 것이 승객들을 통제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그린피스 시위자들은 핵발전소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건설용 기차가 가는 철로에 드러눕는다. 합리적 기관사라면 기차를 세워야한다. 이에 대한 건설사의 대응수단으로 적절한 것은? 열차운행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자만심,사랑,분노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자제력을 잃는다. 이들은 명백히 비합리적인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처럼 보이고 이성의 호소에 귀막는다. 즉, 광분한 사람은 작동이 시작된 둠스데이머신과 같다. 광기라해도 그 속에는 조리가 있다. 이성과 사고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약속,협박에서 효과적 전술이다.

이 이론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죽음으로 몰고간 낭만적 사랑같은 아름다운 스토리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열정,분노,흥분은 동물 조상이 물려준 흔적도, 창조성의 원천도, 지성의 적도 아니다. 지성과 이성은 열정을 통제하기 위해 설계된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지성의 제안, 약속, 협박이 허세, 배신일 수 있다는 의심을 막기 위해 열정을 보증서로 사용하는 것이다. 열정과 이성사이에 놓인 방화벽은 뇌 구조의 불가피한 부분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열정은 이성으로 통제불가능할때에만 믿을만한 보증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가 말했던 둠스데이머신은 소련이 미국에 비밀로 유지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 말은 왜 우리의 감정이 표정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는지에 대한 이유도 말해준다. 홍조,상기된얼굴,떨림,전율,눈물 등은 가짜로 조작하기 매우 어려우며 사용되는 근육도 다르다. 이 때문에 전문배우들은 메소드 기법(자신의 경험을 연기에 투영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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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6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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