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가슴 퇴행

김혜수는 영화 `타짜`에서 몇초간 가슴을 보여줬을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장면에서 철없는 중년들은 한결같이 정신이 혼미해진다. 여배우들이 거대한 가슴을 드러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슴을 훔쳐보는 철없는 이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왜 이토록 남자들은 거대한 가슴에 집착한느가? 서양 포르노에 길들여졌기 때문인가? 풍만한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인가?

사는게 재미 없기 때문이다. 삶에서 어떤한 즐거움도 찾을 수 없는 이 땅의 사내들에게 나타나는 첫번째 현상은 `큰 가슴으로의 퇴행`이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살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게다가 세상은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변화를 따라가기 갈수록 버겁기만 하다. 내가 정말 익숙했던 환경이 온통 뒤바뀌어 당황했던 경험이 반복되면 오히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의사소통의 문제다. 진정한 의사소통 행위에는 `정서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는 과정이 박탈된 논리적 의사소통 행위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로 인한 불안때문에 한국 남자들은 큰 가슴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큰 가슴에 머리를 깊이 처박고 울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 가장 완벽한 의사소통을 경험하는 곳은 어머니의 가슴이다. 심층심리학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빨 때 아기는 자신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해주는 또 다른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또 다른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로부터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시작된다. 이를 철학적인 개념으로 `상호 주관성inter-subjectivity`이라고 한다.

아기가 자라게되면 또 다른 정서공유의 소통경험을 하게된다. 그것은 또래집단과의 `놀이`다. 놀이는 어머니의 가슴에서 경험했던 의사소통의 원형이 확대되는 과정이다. 놀이에 참여하는 이들은 동일한 성질의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재미`다. 놀이에서 경험되는 `재미`라고 하는 심리적 경험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경험되던 상호 주관성이 확대된 형태다. 결국 철없는 중년들의 김혜수의 가슴에 대한 열광은 소통 부재의 불안과 재미없는 삶으로부터 도피하려는 퇴행적 현상인 것이다.

- 문화심리학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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