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생이불유(生而不有)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추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한 것을 선하다고 알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선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로 말미암아 있고 없으며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로 인해 어렵고 쉬우며 김과 짧음은 서로 겨루기 때문에 길고 짧으며 높고 낮음은 서로가 있어 높고 낮으며 소리와 노래는 서로 어울리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

그러하므로 성인은 모든 일을 함이 없음으로 하고 말 없이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이 자라나는데 성인은 그를 자라나게 하려고 간섭하지 않고 잘 되어가도록 하면서도 그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그 한 일을 뽐내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서도 그 공을 이룬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머무르지 아니하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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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봄이 오면 들은 많은 꽃을 피운다. 그 언덕에 크고 작은 많은 꽃들을 피게 한다. 냉이꽃, 꽃다지, 제비꽃, 할미꽃, 노랑민들레가 다투어 피어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그 꽃들이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꽃들이 다시 피고 지는 동안 들은 그 꽃들을 마음껏 자라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소유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많은 꽃들로 가득 차 있다. 강물은 흘러오는 만큼 흘려보낸다. 그래서 늘 새롭고 신선할 수 있다. 제 것으로 가두어두려는 욕심이 앞서면 물은 썩게 된다. 강물은 제 속에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 살게 한다. 그러나 그렇게 살게 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 산도 마찬가지다. 그 그늘로 찾아와 둥지를 틀고 깃들어 살게 할 뿐 소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산은 늘 풍요롭다. 산짐승들이 모여들고 온갖 나무들이 거기에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것들이 모여와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산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새들이 마음껏 날개치게 하는 하늘은 더욱 그렇다. 수많은 철새들의 길이 되어주고 자유로운 삶터가 되어줄 뿐 단 한 마리도 제 것으로 묶어두지 않는다.

새들의 발자국 하나 훔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늘은 더욱 넓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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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불유(生而不有).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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