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나의 성격이란 본질은 있는가?

A 라는 여자를 B 라는 남자는 속이기 쉬운 별것 아닌 여자로 보고 농락한 뒤 버리고, C 라는 남자는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씨 고운 여자로 보고 진지하게 사랑했다는 사례가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B 의 인격의 정도와 C 의 인격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 A 녀에게 남자가 '속이기 쉽고 별것 아니'라든가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씨 고운' 고유의 내재적 성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논리로 만일에 완전히 욕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자린고비'란 세상에 하나도 존재치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이를
'인색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이 우리의 어떤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그의 생각에는 세상이 온통 '자린고비'투성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에 완전한 인간이해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세상에 '괴상한 사람'이란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괴상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이 우리의 이해력이 미치지 못하는 짓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해의 능력이 결여된 사람일수록, 그에 있어서 세상에는 '괴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령, 어떤 여자든지 돈으로 낚아서 제것으로 해치울 수 있다는 여성관을 지닌 남자가 있다고 치자. 그런 남자에게는, 실제로 남자한테서 돈을 쥐어짜내는 데밖에는 관심이 없는 여자가 접근해 올 것이다. 또 그다지 욕심이 많지 않은 여자라도, 그런 남자와 지내다 보면 여자에 대한 헤아림과 보살핌이라든가 다정스러움이라는 면에서는 만족을 얻지 못하고 금전적인 면에서는 욕구가 충족되므로, 마침내 그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이익밖에는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남자한테서 돈을 받을 생각이 없는 여자는, 그외에 아무런 매력도 없는 그런 남자 따위는 애초부터 상대하지를 않는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여자란 모두 돈에 환장해 있고, 어떤 여자든 돈으로 낚아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그의 여성관은 '객관적 현실'로 뒷받침되기에 이른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거니와, 어떤 사람의 성격에 관해서 주위사람들의 견해가 어느 정도 일치해 있다 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객관적' 성격을 주위 사람들이 적어도 올바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과 주위 사람이 속하는 집단이 그 사람과 주위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를 적어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인물이 A 라는 집단에서는 심술궂고 의심이 많은데다 오만하며 '노랑이'로 보여지는 데 반해 B라는 집단에서는 밑빠진 항아리 같은 호인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그 어느 쪽이 그 사람의 진실한 성격이고 다른 한쪽이 가면이라고 할 것은 못된다. 모두가 각기의 집단 사람들과의 인간 관계 속에서의 진실이다

인간은 나무가 숲에 소속되듯이 집단에 소속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자면 어떠한 소속도 '가짜의' 것밖에 안 된다. 수사를 위해 '야쿠자'로 위장해서 범죄조직에 침투한 형사가 마침내는 경찰관인지 야쿠자인지 스스로 분간할 수 없게 되어, 경찰의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해서 도주를 도와주는 따위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형사라는 '진짜'신분이나 야쿠자라는 '거짓'신분도 엄밀히는 '가짜의'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똑같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과부의 분발'이라고 일컬어지듯, 종전에 일방적으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자기 판단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자기의 노력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도 한 적이 없는 의지 없는 인형과도 같은 유부녀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아, 남은 자녀들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살아가기 시작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또한, 남편의 품안에서 응석받이로 아무 일도 안하고 지내는 것이 편해서 가면을 쓰고 아무 일도 못하는 체하며 지내온 것이지만, 남편이 죽었으니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억척스러움이라는 그녀의 진짜 성격이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의지없는 인형같았던 그녀의 성격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남편과의 인간관계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던 것이며, 억척스러운 성격은 바야흐로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 자녀들과의 인간관계로 규정된 것으로, 그 모두가 그녀의 진실이었던 것이다.

다시 또 하나의 예를 들자. 내가 일찍이 한 여성을 형편없는 여자로 보고 버렸는데, 그 뒤에 그녀가 딴 남자와 멋진 연애를 해 그 사나이에게는 그지없이 훌륭한 여자로 변했다면 그것은 나의 기량이 그녀를 형편없는 여성으로 만들었던 것이며, 그 사나이의 기량이 그녀를 훌륭한 여성으로 만든 것으로써, 그 어느 쪽이고 모두 그녀의 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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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시다 슈의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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