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어디서나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투쟁에 무익한 것처럼 보이는 활동들에 엄청난 시간을 허비한다. 사람들은 농담을 하고, 예술활동을 하고, 제사를 지내고, 절이나 교회에 가고, 철학을 공부하고, 우주의 원리를 궁금해하고, 삶의 의미를 되뇌이고, 초자연적 믿음에 심취한다. 왜 우리는 이런 하찮고 무익한 것들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숭고함을 느끼는가?
이 물음은 속물처럼 들리고 부도덕하게 들리기조차한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다. 모든 대학에는 예술과 종교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포진해있지만 수많은 학자와 수만장의 논문들도 `왜 인간은 예술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어떠한 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예술의 기능이 두터운 베일에 싸여있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예술은 미적심리를 반영할 뿐 아니라 `지위심리`를 반영한다. 베블런과 쿠엔틴 벨은 `취미와 유행에 대한 분석`이라는 논문에
서 소비, 여가, 예술활동을 통한 엘리트의 광고물이 하층계급에 의해 모방되는 엘리트계층은 모방하기 어려운 새 광고물을 찾아나선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예술의 후원자들은 높은 계층에 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며 명성높은 예술가의 작품이 대중적인 곳에 전시되면
조롱섞인 비평이 나온다. 예술의 가치는 미학과 무관하다.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걸작이라도 모조품이면 무가치해지는 이유다. 이는 예술을 모독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인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외계인 생물학자의 사심없는 눈으로 예술의 심리를 보기를 원한다.
둘째, 예술은 생물학적 의미에서 적응적이지 않다. 그러나 마음은 우리에게 즐거운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환경 적응도의 증가를 기록한다. 이로인해 생물학적으로 무의미한 과제(즉, 예술, 종교 등)에 도전하는 마음이 탄생한다. 쾌락 신경중추를 자극하는 전극을 연결한 쥐가 섹스나 음식을 마다하고 전극에 연결된 단추를 누르는 행동, 인간이 마약에 심취하는 행동, 포르노 등은 이러한 종류의 극단적인 예이다.
셋째, 비적응적 문제해결을 위해 종교나 예술이 탄생했을 가능성이다. 우리의 마음과 뇌는 생존이나 적응을 위해서 탁월한 발달을 이루었지만 세상에는 그 외의 다른 문제들이 있다. 우주의 기원은 무엇인가,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일이 생기는가, 영혼은 죽음 이후 어떻게 되는가와 같은 문제들이다. 종교와 철학 등은 어떤 면에서 마음의 도구들이 애초에 설계목적에서 벗어나는 문제들에 적용된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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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8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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