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시스템 7이나 MS의 도스는 다양한 면에서 상반되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상반이 스티브 잡스와 빌게이츠 사이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며 연설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이 연설을 잘 들여다보면 그의 꼬인 속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의 출생과정, 애플로부터 퇴출, 암 투병, 등 온통 고통스러웟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 이야기에서는 한술 더 뜬다. 자신의 가장 훌륭한 판단이 대학을 집어치운 일이라 하고 짧은 대학생활에서 가장 보람있었다고 여기는 일은 서체 과목을 들었던 일이라는 등 초일류 대학의 교수와 졸업생의 자부심과 상반되는 발언을 (그것도 졸업식장에서)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늘 "배고프고 어리섞어 보이는" 삶을 살라고 빈정대듯 조언한다.
빌게이츠는 전혀 다르다. 그는 중퇴한지 32년만에 대학졸업장을 따는 것에 너무 기뻐한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세운 자선재단의 일에 몰두해 질병과 가난을 퇴치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한다. 하버드 대 졸업생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많이 베풀어야한다는 noblesse oblige의 정신을 역설한다. 그리고 30년후 얼마나 성취했는냐보다는 얼마나 남을 위해 살았는가로 평가받아야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얼마나 대조적인 스토리텔링인가? 스티브 잡스의 동력은 결핍과 열등감에서 나온다. 반면 빌 게이츠의 힘은 여유와 풍요로움에서 나온다. 잡스의 연설은 정서적 충격으로 가득하다. 청중은 그의 고통에 공감하며 다소 비약적인 그의 논리보다는 정서적인 감동에 집중한다. 반면 게이츠는 고리타분할 정도로 논리적이다. 청중은 그의 논리에 차분히 따라간다. 빌게이츠는 문장으로 매개되는 논리적 사고를 하는 반면, 잡스는 상징으로 매개된 사고를 한다.
- 김정운 교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