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30년 가까이 전공한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 특히 미국식 처세서가 이야기하는 그런 종류의 성격은 절대 안바뀐다. 그런 사람들에게 `너를 바꿔라`고 하는 미국식 처세서는 정말 참기 힘든 스트레스일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좌절하고 비하하게되는 안 좋은 습관만 생기게 한다.
그러나 인간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하면 양상은 아주 달라진다. 개체로서의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사회적 컨텍스트, 즉 맥락에 따라 성격은 아주 쉽게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의 성격은 맥락과의 게슈탈트(Gestalt = 통합된 전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맥락이 달라지면 성격은 바뀌게 되어있다.
가령 강의할 때 나는 아주 권위적이고 끊임없이 잘난체 한다. 그러나 아내 앞에서는 아주 비겁하다. 아이들에게는 아주 자상한 아빠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엄격한 선생이지만 학부생에게는 재미있는 교수다. 나는 한사람이지만 맥락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무쌍한 사람이 된다.
미국식 성공처세서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맥락에 대한 어떠한 인식도 없이 자꾸 `너를 바꿔라`고 하니 맥락에 따라 의도치 못한 황당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맥락에서 우리가 관점을 선택하는 자유를 가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즐거움을 느끼게된다. 해병대가 특전사보다 재미있고 보다 견딜수 있으며 나중에 잘 단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병대는 지원해서 가는 것이지만 특전사는 차출되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인식하고 대안적 관점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은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다.
문화심리학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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