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요즘 재미 있어요?", 대답이 심드렁하다. 다시 물어본다. "지금 뭐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럼 대부분 대답이 이렇다. "글쎄요, 여행?, 영화? 쇼핑?",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들에게 다시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 대부분 유럽에 가고 싶단다. 유럽 어디로요? 그럼 대답이 별로 없다.
독일에서 13년 지내는 동안 한국의 친구나 친척들이 매년 찾아왔다. 이들은 매번 렌터카를 빌리곤 했다. 2주간의 여향을 마치고 차를 반납할 때 렌터가 회사 직원은 항상 이렇게 물었다. "한국 사람이죠?", "어떻게 알았나요?", "2주동안 5,000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한국사람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적어도 300km를 달렸다는 건데 그게 자동차 경주지 어디 어행인가요?"
도대체 왜들 이렇게 달리는 것일까? 보고 싶은 것이다. 즉, 관점에 굶주렸다는 이야기다.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이 기회에 원없이 보고 싶어서 미친듯 달리는 것이다. 흔한 성공처세서에서 빠지지 않는 주문도 바로 이 관점의 문제다. 인생을 바꾸려면 관점을 바꾸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관점인지, 관점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바꾸란다. 관점의 본질이란 무엇인지도 모른채...
`관점`은 원근법이라는 발명이 이뤄진 이후에야 가능해진 현상이다. 역사가 길지 않다는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원근법`의 발견이라고 이야기한다. 관점과 원근법은 perspective로 같은 단어다. 이후 원근법은 정원, 사진과 증기기관의 발명, 영화의 등장 등으로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사람들에게 부여했다. 이뿐 아니다. 우리가 쓰는 windows운영체계나 인터넷, 싸이월드 등의 커뮤니티, 블로그 등도 관점을 이용해 타인과 교류하고 훔쳐보는, 혹은 훔쳐봄을 당하는 바바리맨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재미 있는 사람만 원근법적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의 의도대로 소실점을 찍고, 세상을 재구성한다. 재미있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당신 삶의 소실점은 도대체 누가 찍은 것인가?
- 문화심리학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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