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다.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 그리고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어떤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는 후회다. 대개는 아무 생각없이 섣부르게 뛰어든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어떤 일을 했어야 했는데...`하는 후회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후회다. 그러나 이 두 후회는 미치는 심리학적 결과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닐 로즈 교수는 `IF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이 두가지 종류의 후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앞의 두가지 후회의 결정적 차이는 `시간`이라고 한다.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다. 다시말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난다는 것이다.
가령, A가 사법시헙에 도전했다 떨어지고 B는 가망성이 없음을 들어 포기했다고 하자. A, B모두 나중에 후회하게 되지만 A는 얼마후 법관은 자기체질이 아니라고 말하고 새로 취직한 직장에서의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침을 튀어가며 쉽게 합리화하는 반면 B의 경우 `그때 사법시험을 봤어야 했는데`하면서 후회가 지속된다.
이렇듯 행한행동에 대한 후회는 쉽게 합리화되고 심리적 면역체계가 빠르게 작동한다. 행한 행동이 뭔가 잘못되었을 때 심리적 면역체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게 되고 별일이 아니라고 치부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별다른 결과가 없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쉽게 작동하지 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심리적 주의집중과 해결노력이 쉽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짧게 후회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확 저질러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하다. 후회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훨씬 후회가 오래가며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괴롭힌다. 인간이 흔히하는 후회는 크게 `인간관계(사랑)`와 `자기진로`로 나뉜다. 자기 계발관련해서는 남녀가 비슷한 정도로 하지만 인간관계와 관련한 후회에서는 남녀 차이가 아주 크게 난다. 남자들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를 훨씬 많이 하는 것이다. 이는 남녀관계에서 보통 여성들이 수동적인 입장인반면 남성들은 적극적인 입장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남자들은 "그떄, 내가 용기내서 고백했어야했는데..."와 같은 후회를 하는 반면 여자들은 "그때, 내가 그렇게 쉽게 응하는 게 아니었는데.."와 같은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성관계에서도 비슷하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인지 모른다.
-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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