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식 '성공처세서'를 싫어한다. '성공하려면 수십가지 습관을 가져라', '새벽부터 벌떡벌떡 일어나라', '네 삶의 방식을 바꿔라', '이기는 습관을 가져라', '마인드를 바꿔라' 등과 같은 내용의 책들이다. 다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이야기를 제목만 바꿔 써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책을 돈 주고 사본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그런데도 이런 책들이 잘 팔리는 모양이다.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꼭 앞쪽에 진열되어 있다.
미국식 성공 처세서는 사람을 좌절케 한다. 이런 처세서가 던지는 메시지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지금의 너는 썩어빠진 녀석이니 바꿔라'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던가? 그렇지 않다. 죽다 살아난 사람들의 성격도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바뀌지 않는 자신의 성격, 습관을 자꾸 바꾸라 하니 사람들은 미칠지경인거다. 책을 읽을 떄마다 매번 좌절한다. 아예 이런 좌절에 길들여져 다른 제목의 처세서가 나오면 책을 다시 사게된다. 주목하길 바란다. 최근의 성격심리학 이론들도 한결같이 주장한다. 사람은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고.
적어도 성공처세서에서 말하는 그런 종류의 성격은 절대 안바뀐다. 그러나 인간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하면 양상은 아주 달라진다. 고립된 개체로서의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사회적 컨텍스트, 즉, 맥락이 달라지면 성격은 아주 쉽게 변한다. 인간의 성격은 맥락과의 게슈탈트gestalt(통합된 전체)이다. 내 성격은 동일하지만 사회적 맥락과의 관련성에 따라 어떤 때는 좋은 성격이 되고, 어떤 때는 나쁜 성격이 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강의할 떄 나는 아주 권위적이고 끊임없이 잘난체로 일관한다. 그러나 아내 앞에서는 아주 비겁해진다. 아이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아주 엄격한 선생이다. 학부생들에게는 재미있는 교수다.
성공처세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맥락에 관한 어떠한 인식도 없이 자꾸 '너를 바꾸라'라고 하니, 특정 맥락에 가면 전혀 의도하지 않은 황당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 문화 심리학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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