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행복했던 사람들은 고난에 대처하는 방식이 달랐다”
사라지는 중산층, 요지부동인 실업률, 사회적 양극화와 혼란이 점점 일상화되는 요즈음, 부와 성공을 위해 단거리 경주하듯 달리다 지친 개인의 시선은 오히려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향해 돌아서곤 한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 올해는 작년보다 좀 나을까, 진짜 행복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행복의 조건: 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보고서'가 출간됐다.
이 책의 표지에는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라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다.
‘그들’이란 성인의 성장에 관한 세계 최장기 전향적 종단연구인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의 대상으로, 하버드대학교 2학년생 268명과 더불어 서민 남성 456명, 재능이 뛰어난 여성 90명이 포함된다.
이 책은 814명 인생의 빛과 어둠을 따라간 72년 연구의 총결산이자 ‘정답은 없어도 현명한 답은 분명 존재하는’ 인생의 지침서다. 하버드 연구팀은 연구 대상들이 80대에 접어든 21세기에 들어 “행복이란 사람의 힘으로 통제 가능한 7가지 변수를 50대 이전에 얼마나 갖추느냐에 달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행복의 7가지 조건 :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부르는 ‘행복의 조건’ 7가지는 타고난 부, 명예, 학벌 따위가 아니었다. 조건들 가운데 으뜸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성숙한 방어기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였다. 나머지는 교육년수(평생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또는 45세 이전 금연), 적당한 음주(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었다.
50세를 기준으로 이 7가지 가운데 5~6가지를 갖춘 106명 중 50퍼센트가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불행하고 병약한’ 이들은 7.5퍼센트에 그쳤다. 반면 50세에 3가지 이하를 갖춘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4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3배 높았다.
이 연구에서 얻은 통찰과 실제 사례들은 통계보다 깊고 다큐보다 사실적인 울림을 지닌다. 40여 년간 연구 책임자를 맡아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훌륭한 인생을 일궈낸 한 연구 대상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인간의 성숙은 새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기적적인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한국어판 감수를 맡은 이시형 박사(정신과 전문의,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역시 미국 유학 시절 저자의 강연과 저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것이 지금껏 한국에서 몸과 마음의 평생 건강을 증진하는 데 진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같으면서 드라마 같고, 한순간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몰입하게 만드는가 하면, 앞으로의 행복을 그려보며 뭉클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자칫 진부하기 쉬운 행복론을 깊이 있는 데이터로 뒷받침하고, 훨씬 구체적인 가치와 조건들로 표현해서 ‘내 행복을 내가 좌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지 베일런트 지음 | 이덕남 옮김 | 프런티어 | 488쪽 |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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