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Gnosticism)는 초기 기독교 당시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을 두고 기독교와 대립한 또 하나의 흐름이다. 영지주의(靈智主義)는 `비밀스러운 지식`을 뜻하는 희랍어 그노시스(Gnosis)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영지는 단순히 지식이나 이성적인 지식이 아닌 빛나는 지식, 통찰을 지칭한다(<신비의 지식, 그노시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컬럼비아 대학의 일레인 페이젤스 교수는 영지의 비밀이란 우리안에 내재되어 있는 하느님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기독교 교주들에 의해 이단으로 몰린 영지주의는 4세기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된 후 극심한 탄압을 받게 된다. 교부들은 영지주의 복음서를 교사(敎師)들에 의해 쓰여진 비정통적인 가르침으로 간주하여 이를 파기시켰다. 이와 더불어 초기 기독교 당시의 수많은 영지주의의 가르침들이 사라져버렸다. 그 결과 몇편의 문서만을 정경(正經)으로 확정한 소위 기독교 정통파는, 고대 종교 문헌 전체중 극히 일부만 후세에 물려주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따라서 초대 교부들이 남긴 문헌을 통해 정경이 성립되기 이전에 있었다고 하는 수많은 복음서들은 그 목록만 알려져 있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라져버린 줄로만 알았던 영지주의 복음서가 지난 1945년 이집트의 나그함마디(Nag Hammadi)에서 돌연 나타났다. 학자들은 영지주의 복음서에 나오는 문구들 중 상당수는 초대기독교에서 구전으로 전승된 `말씀`에서 따온 것으로 믿고 잇는데, 이는 영지주의 복음서들이 신약의 복음서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영지주의 복음서에서도 신약의 복음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동일하게 나오며, 신약의 내용이 그대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양자간의 차이점은 놀라울 정도이다.
첫째, 정통파 기독교는 신과 인간사이에는 영원한 심연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은 이를 부인한다. 그들은 자신이 깨닫는 것이 곡 하느님을 깨닫는 것이며,따라서 인간의 자아(自我)와 하느님의 신성은 동일하다고 믿는다. 이는 힌두교에서 말하는 아트만과 브라만의 합일을 방불케한다.
둘째 영지주의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는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와는 달리 죄와 회개가 아니라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제법무아(諸法無我)의 교리를 설하고 또 깨달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즉, 동양의 구루(guru,장로)와 비슷한 예수의 이미지를 상정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정통파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하느님으 아들로 생각하기에, 예수 또한 인간과는 건널 수 없는 간격을 가진 존재로 믿는다. 그러나 영지주의 복음서에서는 예수 또한 인간들과 같은 근원에서 왔다고 말했다.(이는 이후 니케아 공의회에서도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세째, 기독교인은 구약의 야웨를 사랑의 하느님으로 생각하는 반면, 영지주의자들은 전쟁을 좋아하며, 배타적이고, 살육을 조장하는 구약의 신이야말로 고통으로 가득찬 이세계를 만든 악마로 본다.
네째, 영지주의에서는 윤회를 인정하며 또한 위대한 어머니(소피아)에 대한 숭배를 이야기 한다.(성서밖의 예수>)
많은 학자들은 영지주의를 1~3세기에 촐현한 기독교 내부의 이단으로만 치부하지만 영지주의를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지식은 인간본연의 인식에서 흘러나온 인식이기 때문에, 단순한 믿음이나 이성적인 지식보다 우월할 뿐만 아니라, 그 가르침 또한 동방의 모든 고대 종교들 중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지주의를 연구한 독일의 전문가들은 "엄밀히 말해서 기독교적인 영지는 기독교 내부에 존재하는 이단이 아니라,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 인전에 존재했던 또는 기독교와 원초적으로 이질적인 것이며, 그 본질에 있어 계속 이질적으로 머물 사유와 기독교와의 만남의 결과이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비교(秘敎)신봉자들은 이 영지주의를 '모든 종교의 원천에 존재하는 인간의 종교적 심성의 뿌리'로까지 보고있다(<신비의 지식,그노시즘>). 학자들은 이를 기독교 내부에 나타난 영지주의와 구별하여 원영지주의(Proto-Gnosticism)라고 한다.
세르쥬 위탱에 따르면, 이 영지주의가 가진 종교성은 근대적인 몇몇 열망, 예컨데 이성주의나 이신론(理神論)등과도 밀접한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지중해 세계와 유럽에 사회적, 정치적인 위기 때마다 끊임없이 다시 대두되곤 하였다고 한다. 르네게농은 특히 모든 종교에서 영지, 즉 "완전한 인식에 의한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해방의 개념이 나타난다"고 말한다(<신비의 지식, 그노시즘>)
간단히 결론만을 이야기하면 영지주의는 일면 기독교의 잃어버린 역사에 빛을 주기도 하지만, 인류 태고적에 나타난 모든 종교의 뿌리였던 신교(神敎의 가르침과 모든 인류를 만사知(萬事지)의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 제3의 초종교의 가르침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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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지식 그노시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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