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장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한 A씨, 너무나도 열심히 일해왔던 그는 은퇴하던 날 아내와 가족생각이 났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던 아내 덕분이다.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당연한 생각이 이렇게 늦게 떠오르다니 그는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아내를 위해 살리라~!` 은퇴 후, 그는 매일같이 아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애썼다. 쇼핑, 레스토랑에서 식사, 해외 여행, 주말에는 아내를 따라 교회 예배에 참석하기도 했다. 서서히 아내의 존재가 즐겁고 감사해지기 시작했다. 절말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자신에게 아내밖에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아내도 즐거워하는 듯 했다. 그렇게 3개월째 되던 날, 아침 식탁에서 아내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당신,,, 이제 제발 좀 혼자 나가 놀 수 없어?"
다들 꿈꾼다, 열심히 일해 은퇴하면 행복한 가정에서 다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으리라, 천만의 말씀! 어느날 갑자기 `행복해지자!`고 외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몸만 함께 살았찌 평생토록 함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없는 부부가 어찌 갑자기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제 이혼은 철없는 젊은 부부의 문제가 아니다. 황혼이혼이 대세(?)다 살만큼 다 살고 이혼한다는 이야기다.
황혼이혼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2005년과 2006년, 갑자기 이혼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 문제로 골치 아팠던 정책 담당자들은 각종 대책이 이제야 성과를 거뒀다고 기뻐했지만 착각이었다. 2007년 4월 이후 황혼 이혼율이 폭증했는데 이는 새롭게 시행되기 시작한 `연금분할제도(이혼할 경우 남편 연금의 반을 아내가 가져갈 수 있는 여권 신장 제도)`때문이었다. 이 제도가 시행될때까지 여자들이 이혼을 꾹 참았던 것이다.
남편 옷만 만져도 두드러기가 돋고, 남편이 집 안에 있으면 소화가 안된다는 `은퇴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이라는 신종 병리학 용어가 만들어진 일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일본 여성의 60%가 이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한다. 은퇴를 앞둔 일본의 중년 남성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들은 `전국헌신적남편협회`같은 단체를 만들어 가능한 한 아내 곁에서 오래 버틸 전략을 짜고 있다. 이들은 아침마다 외친다. "아내에게 이길 수 없다. 이기지 않는다. 이기고 싶지 않다." 이런 일본 남편들을 아내들은 `누레오치바(젖은낙엽)`라고 부른다. 아무리 쓸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납짝 업드려 살겠다는 이야기다.
-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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