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아버지 숙량흘이 63세 때 어머니 안징제는 15세 처녀였다.
숙량흘은 첫 번째 부인에게서 이미 9명의 딸을 낳았고 둘째 부인에게서 비록 불구자이지만 아들을 낳은 상태였다. 하지만 숙량흘은 오직 아들을 낳겠다는 집념 때문에 젊은 아가씨를 들였다.
사마천은 공자의 출생에 대해 '야합해서 낳았다(野合而生)'고 하였다. 말 그대로 들에서 합쳐 태어났다는 뜻으로 이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음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사생아였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예전 학자들은 공자를 사생아라고 할 수가 없어서 온갖 주장을 통해 미화하려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공자의 위대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점에서 더 돋보이는 것이다.
공자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기쁨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자가 세 살 때 숙량흘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때부터 공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된다.
어떤 일본 학자는 공자의 어머니가 무당이었고 맹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 행사가 있는 곳들을 찾아 다녀야 했는데, 어려서부터 공자가 맹인인 어머니 손을 잡고 잔치 자리들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일찍부터 예절에 밝았던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아무튼 공자가 어린 시절에 가난하게 자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돌아보는 공자의 자세는 달랐다. 당시의 한 고위 관리가 공자의 제자인 자공에게 “공자님은 성인이시군요. 어쩌면 그렇게 재능이 많으신가?”라고 말하자, 자공이 “본디 하늘이 그를 장차 성인으로 만들고자 하여, 그처럼 재능이 많으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제자 자공이 스승에 대해 나름대로 미화해서 설명을 하자 이를 듣고 있던 공자가 정색을 하며 자신이 재능이 많은 이유를 스스로 밝힌다. “오소야천(吾少也賤) 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 내가 젊었을 때 미천하였기에 비천한 일을 할 줄 아는 것이 많다.”
공자는 자신이 다재다능한 이유를 불우한 환경에서 찾고 있다. 어려서 천하게 자라다보니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어 재능과 지혜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또 어려서 고생을 하였기에 인내심과 겸손이 몸에 배었다. 공자가 음악의 달인이었고 예를 중시한 것도 어린 시절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다. 좋은 환경이든 나쁜 환경이든 그것은 운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환경만 바라보면 세상은 불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은 재벌 2세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부와 영예를 누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 험난한 인생의 파고를 해쳐가야 하는 운명에 처하기도 한다.
문제는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공자는 나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개인적인 성장과 성숙의 발판으로 삼았다. 자신에게 운명처럼 몰아닥치는 천한 일들을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식과 지혜가 쌓여갔던 것이다.
집이 가난하였던 공자에게는 학교나 선생에게서 학문을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또는 사람들과의 사귐을 통해 학문의 이치를 터득해 나갔다. 이른바 경험철학이 공자사상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공자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
15세 때 노나라의 권력자였던 숙손(叔孫)씨의 집안 아이들과 일꾼들을 가까이할 기회가 생겼다. 그들과 함께 산에 다니며 소를 놓아기르는 것을 도와주면서 그들을 통하여 숙손씨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빌려보았다. 책을 가까이하면서 공자의 학문세계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또한 공자는 당시의 권력가인 중손 씨의 가신이 되어 재정과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된다. 그는 남보다 뛰어난 두뇌로 수학을 잘하여 복잡한 장부관리를 일목요연하게 처리함으로써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재주에 감탄하였다. 이렇게 인정을 받은 공자는 이번에는 가축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로 임명을 받는다.
그러자 공자는 어린 시절 일꾼들과 가축을 길러보던 경험을 살려서 가축의 성질에 따라 기르고 보살피도록 하니 가축들이 모두 살찌고 많은 번식을 하였다. 어린 시절에 막일을 마다하지 않고 했던 경험이 삶의 현장에서 소중한 지혜를 공급해 주었다.
오소야천(吾少也賤) 고다능비사(故多能鄙事).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공자의 진솔한 인생고백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희망을 샘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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