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수줍음 잘 타는 암컷과 성실한 성품의 수컷이 진화의 적자

암컷은 수컷에게 교미를 허락하기 전에 수컷이 암컷의 자식들에게 이미 너무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해 버려서 교미 후에도 암컷을 버리고 달아나 보아야 아무런 이득이 없게끔 만들어 놓는 방법을 강구했다.(이기적인유전자,221)…

우리는 주로 수줍음을 잘 타는 암컷과 성실한 성품의 수컷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거의 틀림없이 진화하리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이기적인유전자,227).…수줍음이라는 것은 암컷의 이기적 유전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암컷들이 이 전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필자는 이미 앞에서, 수컷이 먼저 짝짓고 싶은 암컷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녀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도와 주기라도 해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 암컷으로부터 교미를 거절당하게 되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부일처제(표면상)의 조류의 경우 실제로 둥지가 지어질 때까지 교미가 이루어지지 않는 수가 많다. 이 같은 일은 수컷으로 하여금 임신을 위해 보잘것없는 정자 외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미래의 신랑감이 당연히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요구는 암컷이 장차 그를 붙잡아 두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론상 수컷이 치르는 엄청난 대가는 거의 모두 다 그런 작용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수고가 장차 태어날 자식에게 어떤 형태의 이익으로 직접 전달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만약 그 집단의 암컷들이 모두 교미에 응하기 전에 수컷으로 하여금 무서운 맹수를 죽여 없애거나 험한 산을 기어 오르는 등의 어렵고 희생이 따르는 일들을 해내도록 강요한다면, 이것은 교미 후 암컷을 버리고 떠나고 싶은 수컷의 마음을 약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내를 버리고 또다른 암컷을 취해 자기의 유전자를 더욱 많이 퍼뜨리고 싶은 충동은 앞에서 말한 그 험한 일들을 또다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사라져 버릴 것이다.(이기적인유전자,228)…

또다른 유익한 일의 예로서 구애 기간 동안 수컷이 암컷의 먹이를 제공해 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조류의 경우, 이때의 암컷의 행동은 일종의 어린 시절로의 퇴행으로 간주된다. 암컷은 마치 어린새들처럼 어리광을 부려 수컷에게 먹이를 졸라댄다. 이런 행동은 수컷들에게 상당히 매혹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이 시기에 암컷은 정자에 비해 훨씬 거대한 난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비축하기 위해 자신의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먹이를 필요로 한다.

구애 기간 동안 수컷이 제공하는 그 먹이는 어쩌면 난자 그 자체에 대한 수컷 나름의 직접적인 투자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행위가 자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초의 투자에 있어서 아내와 남편간이 불균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여러 곤충이나 거미류의 경우에도 역시 이런 수컷의 먹이 제공 현상을 볼 수 있다. 사마귀의 경우, 자기보다 덩치가 더 큰 암컷에게 잡아먹혀 그의 몸은 난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분으로 쓰이게 되며, 그 난자는 죽은 수컷의 정자들로 인해 영양이 풍부해진다.(이기적인유전자,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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