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발생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초기 지구 환경에서 어떻게 최초의 생명이 생겨났을까? 때로는 신비롭기도 한 이 최초의 생명탄생의 과정은 초기 자기 복제하는 기계장치가 어떻게 생겨났나를 보는 관점에서는 생명탄생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초기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DNA가 아닌 RNA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갖는 생명체는, 스스로 자기 대사와 자기 복제 조차도 못하고 숙주세포에 기생하여 숙주세포가 복제를 대신해주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그 크기도 일반 세포보다 훨씬 작고, 유전정보로 DNA가 아닌 최소한의 RNA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와 유사한 생명체가 최초의 생명탄생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일단 한 가닥으로 구성된 RNA가 최초에 발생한 후에는 약간의 변이에 의해서 이중나선의 DNA로 발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초에 세포막을 가진 다양한 원시 세포가 있었을 것이고, 여기에 RNA와 DNA가 합해지면서 본격적인 세포복제를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원시 생명체의 최소한의 필요 요소인 RNA는 A, U, C, G 네 개의 기본 부품이 필요하며 리보솜과 t-RNA와 같은 추가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모두 한꺼번에 발생하여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대단히 무리가 많은 생각이며, 추가적으로 하나씩 첨가되면서 발전해 나가는 형태이거나, 각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에서부터 결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부품들은 원시지구의 바다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밀러는 1950년대 실험실에서 원시지구의 환경을 모방한 환경에서 단백질의 기본 부품인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성공하여 단백질 역시 쉽게 생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가졌음을 증명했다. 아미노산은 산소, 수소, 탄소, 질소등의 9개 원자가 모여서 만들어진 비교적 간단한 구성을 하고 있다(그림 21). DNA와 RNA를 구성하는 A, T, C, G, U 각각의 염기들 역시 대략 10여개 안팍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그림 13). 이는 대략적으로 10여개의 원자로 이뤄진 다양한 부품들이 다양한 조합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생겨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림 21. 아미노산(amino acid, 단백질을 구성하는 부품) 의 기본 구조

이들 생명체의 최소 부품들이 자연적 조합으로 발생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10개 안팍의 원자를 적절히 결합 가능한 곳에 연결시키는 것은 다량의 원자들이 함유된 물질 속에서 적당한 조건이 맞으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다. N극과 S극으로 이뤄진 버튼형 자석을 바구니에 다량으로 넣고 적당히 흔들면 N극과 S극이 서로 맞붙어 일렬로 나란히 배열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물론 원자결합과 같은 반응은 이보다 더 다양한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발생된 부품들이 원시 지구의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을 때, 다시 그 부품들이 서로 가능한 조합에 달라붙어 최초의 RNA배열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RNA는 세포막과 결합하면서 DNA로 발전하고 세포레벨의 복제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발생된 생명의 기본 부품들은 세포를 이루고 자기 복제를 시작하면서 끝없는 진화과정에 돌입하게 된다. 이 진화과정을 통해서 세포는 좀더 환경에 적합한 모양으로 변화해 가며, 점점더 복잡한 구성을 갖는 모습으로 변천되어 간다. 일단 복제를 시작하면 한번 습득된 생존에 유리한 구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게 되고 이것들이 누적되어 오늘날의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의 탄생은 이렇게 기본 부품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과정이 필연적이다. 이 모든 과정은 바구니 속 자석들을 뒤흔들었을 때 N극과 S극이 맞붙어 자석이 배열되는 것과 같은 결정론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와 같이 생명 탄생에 필요한 환경이 갖춰진 곳에서는 어디에서든지, 생명은 그 필요한 부품들의 조합이 맞춰지면서 자연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