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의 몸체는 유전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동물의 활동은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동식물을 구성하기 위한 유전배열을 만들어내는 것은 진화상으로 적합한 유전자를 점차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해당한다. 진화에 대한 이해는 널리 확산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오해가 가장 많은 이론중의 하나이며 일부 과학자들까지 진화론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는데 이에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진화론으로는 작은 개체의 변이(소진화) 정도는 설명할 수 있으나, 공룡이 새로 진화하는 등의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큰 범위의 진화(대진화)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석증거에서도 작은 변이를 갖는 개체들은 종종 발견되나, 종들 사이의 큰 변화 사이에 있어야 하는 중간단계의 생물화석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 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의문은 유전자에 의한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무할 때 생긴 것으로, 그 발달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풀리기 어렵다. 앞서 식물성장원리에서 기술한 방법에 의하면, 우리 눈에 대진화처럼 보이는 진화의 대변혁은 실제로 유전자 레벨에서는 아주 작은 정보의 변이에 의해 일어나는 사건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림 33의 두 개의 식물들을 비교해 보자. 곧게 서있는 식물과 덤불처럼 아래로 휘감겨 자라는 식물을 보이고 있다. 이 둘은 그 겉모습이 너무나 달라 서로 유전적인 인척관계가 대단히 먼 것처럼 보이며, 이 둘 사이의 진화 관계는 대진화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두 식물 사이의 유전자상의 차이는 단 하나의 기호뿐이다. 다시 말하면 곧게 자라는 식물에서 덩굴 모양의 식물로 진화하는데 오랜 시간의 반복적인 대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유전정보를 바꾸는 돌연변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외형적인 대진화가 유전자상에서는 극도로 적은 유전정보의 변이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림 33. 이 곧은 식물과 덤불모양의 식물사이의 관계는 외관상으로 대진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유전자상으로는 단지 하나의 기호가 다를 뿐이다
진화는 겉모습을 직접적으로 바꿔가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정보 하나하나를 바꿔가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진화상으로 큰 변화인가 작은 변화인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겉모습의 변화보다는 유전자상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진화론이 크게 확산되었던 20세기에는 유전자상의 진화적 변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고, 21세기 들어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에야 여러 동식물들의 유전지도가 함께 알려지기 시작했다. 진화상으로 큰 변이들이 유전자상에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최근에 와서야 가능하게 된 일이다.
좀더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위에서 보여준 식물의 유전자를 하나씩 바꿔가며 다음에 나타난 세대 모습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실제 컴퓨터에 의해서 그려보았다. 그림 34에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식물의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놀랍게도 모두다 단 하나의 유전자 기호만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4. 유전자 “F->F[+F]F[-F]F”에서 기호 하나를 바꾸는 변이가 있어났을 때의 모습들
세포분열과정을 거치며 일종의 프랙탈에 의해서 다양한 외형을 만들어내는 다세포생물들은 그 진화과정이 아주 작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서도 극적으로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외형상 대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 중 하나이다.
이렇게 극적으로 외형이 크게 달라지는 큰 진화상의 변이는 유전자상의 돌연변이에 의해 몇 세대이내에서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된 진화의 과정은 그 세대가 너무 짧기 때문에 화석에 충분히 남을만한 시간적인 여유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그림 33와 그림 34을 다시 보라, 이들은 단 한 세대만에 진화된 것들이다. 그 중간에 이들 사이를 중계하는 중간 단계 생물은 원래부터 없다.
이렇게 외형상의 대진화 이전과 이후의 중간 단계를 잇는 생명체는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놈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진화상의 중요한 사실들을 유추할 만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결과가 1차적으로 발표되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인간 유전자의 수가 불과 3만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100조개의 세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보를 코딩해야 하는 유전자의 정보량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이 작은 것이었다. 이는 여기서 설명한 생물의 성장원리 관점에서 봐야만 설명이 된다. 거대한 식물을 성장시키고 만들어내기 위한 유전정보량은 극도로 작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전해준 또 하나의 놀라움은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유전자상 진화의 거리가 예상밖으로 가깝다는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상으로 99.9%의 동일한 정보를 공유한다. 일반적으로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조상에서 인간이 진화해 나왔을 때 엄청난 대진화가 일어났을 것이라 상상하지만, 실제 그 과정에서는 3만개의 유전자 중에서 불과 수 십개 정도의 유전변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 수 십개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인간이 진화되어 나오게 되었다.
유전자상으로는 인간과 원숭이는 거의 유사하며 진화과정상에서 굉장히 짧은 세대 내에서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같은 인류 내의 유전자의 변이는 대단히 적은 반면 원숭이 사이의 유전자의 차이는 인간의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이는, 원숭이는 오래 전에 진화되었으며 인간은 극히 최근에 갑자기 몇 십개의 유전 변이와 함께 빠르게 진화되어 나왔음을 의미한다.
유전자상으로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의 진화 위치를 말해주는 이 결과들은, 단지 원숭이처럼 인간과 비슷한 동물에게서만 그 유사성이 높게 나온 것이 아니다. 쥐와 인간과의 유전자는 80%가 완전히 동일하며, 90%는 거의 같다. 완전히 다른 유전자 수는 300여개에 불과하다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쥐처럼 인간과 너무나 먼 진화상의 위치에 있는 것과 같은 동물에서조차 그 유전자의 차이가 상상 이상으로 작다는 것은, 외형적인 모습의 유사성만 가지고 진화상으로 대진화 소진화를 따지는 것이 잘못된 것임 말하고 있다.
유전자상으로 놓고 봤을 때는 원숭이와 인간은 소진화 결과의 하나이며, 심지어는 쥐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것도 대진화라고 말해야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식물 성장원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외형적으로 보이는 종들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작은 유전정보의 변이에 의해 순식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진화상의 거리를 나타내는 유전자상의 진화 지도를 새로이 만들어야 인간과 생물이 겪은 진화과정을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그림 35에서 가지가 앙상한 모양의 식물이 무성한 가지를 가진 모양의 나무로 진화해 가는 모습을 유전자레벨에서의 변이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한 세대에 단지 하나의 유전자만을 바꿔가며 12세대를 거쳐 최종적인 진화가 완성된 모습이다. 이 두 식물진화과정 사이의 중간단계에 놓여 있는 식물들의 변천 모습을 보면 각 세대마다 단지 하나의 유전자 기호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진 모습의 자손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 한 개의 유전정보만을 바꾸는 경우에도 이렇게 각 세대마다 크게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은 연속적인 개체변화를 일으키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계단형으로 어느순간 큰 변화를 일으키는 형태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실제 진화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중간형태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대진화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많은 생물의 진화과정은 실제로는 이렇게 작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진화의 중간단계를 잇는 화석상의 중간생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유전자상으로 많은 변이를 필요로 하는 진짜 대진화인지, 아니면 유전자상으로는 아주 작은 변이에 불과하지만 겉보기에는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인지를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서는 진화상으로 진행된 동물들 사이의 유전자상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 이후 많은 동물들에 대한 유전자지도 작성 연구가 이루어져 머지않아 이러한 궁금증에 확실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그림 35.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체의 진화.
개체의 모습이 각 세대마다 크게 달라진 모습이지만 유전자상으로는 하나의 기호만이 바뀐 것이다. 다시 한번 진화하는 기계의 일종으로서 생명을 바라보자. 톱니바퀴 부품들이 정확히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여 돌아가는 자명종시계가 주위에 널려있는 시계부품들 중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모아가며 시계의 설계도에 따라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 복제를 해낸다. 그리고 복제된 시계들은 자신을 만들어낸 설계도를 스스로 고쳐가며 여러 가지 변이들을 퍼뜨리게 되어 다양한 형태의 설계도를 가진 시계장치가 점차 생겨나게 된다. 생명은 이러한 놀라운 일을 모든 세대에서 반복적으로 해내는 정교한 기계이다. 이 생명이라는 기계가 유전자라는 설계도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그 설계도가 세포복제과정을 거쳐서 복잡한 프랙탈을 만들며 몸체를 완성하기 때문에, 돌연변이에 의한 작은 유전정보변이가 큰 규모의 구조적인 외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세대마다 연속적인 외형을 갖는 진화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진화가 매우 쉽게 일어난다. 이러한 방식의 기계작동과 진화 과정을 거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지금 그 자리에 있게 되었다
출처 :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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