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기생충

길이 10cm짜리 긴촌충에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까지, 많은 생명체가 다른 동물의 몸속에서 기생한다. 어떻게든 동물을 이용해 번식하려는 기생충과 이를 막으려는 동물들의 전략, 그런 경쟁 가운데 이뤄진 생명체의 진화는 자연의 경이중의 하나이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마누엘 베르도이 교수팀은 '톡소포자충'이란 기생충에 감염된 쥐의 행동을 연구했다.

톡소포자충은 0.003㎜ 크기에 반달모양으로 단 한개의 세포로 돼 있다. 쥐의 몸 속, 특히 뇌에서 주로 지내다가 고양이에게 옮아가서 번식을 한다. 번식한 후손은 고양이 똥에 섞여 나오고, 다시 이를 먹은 쥐에게로 간다.(고양이의 배설물에는 쥐의 번식에 필요한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

톡소포자충이 있는 쥐들은 고양이를 만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연구 결과 보통 쥐는 고양이가 뿜는 특수한 호르몬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두려움을 보이는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호르몬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별이 다른 쥐의 호르몬에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보통 쥐와 똑같았다.

이는 톡소포자충이 번식을 위해 쥐의 뇌를 조종한 결과로 해석됐다. 쥐에서 고양이로 옮겨가려면 쥐가 고양이에 더 잘 잡아먹혀야 한다. 바로 그런 목적으로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든 것. 그러면서 다른 뇌의 기능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개의 두뇌에 자리잡은 광견병 바이러스는 개를 사납게 만든다. 다른 동물을 물게 해서 침을 타고 옮겨가려 개를 포악하게 바꿔놓는 것이다. 또 사람에게 옮은 광견병 바이러스는 코의 신경을 자극해 재채기를 하도록 한다. 그바람을 타고 이동하려는 목적이다.


네마토모프라는 수상선충은 평소 메뚜기와 귀뚜라미 등의 곤충의 몸에 기생한다.
네마토모프는 성충이 되면 기생충에서 수생 곤충으로 탈바꿈을 하는데 이를 위해 숙주였던 귀뚜라미를 조종해 물가로 데려가는 것은 물론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든다.
숙주의 `뇌`를 조종, 익사하게 만든 다음 밖으로 나와 짝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곤충의 몸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완벽히 통제한다고 한다.



루코칠로리듐 파라독슘(Leucochlordium paradoxum)이라는 기생충은 달팽이의 눈에 산다 이녀석은 본래 새의 위장에 살다가 알을 낳고 새의 배설물로 알이 나온다.
물론 새의 위장으로 가려면 다시 새에 잡아먹혀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달팽이를 이용한다. 달팽이의 촉수안으로 들어가면 알록달록한 이 벌래가 달팽이의 투명한 피부를 통해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이것이 녹색 띠무늬를 갖고 있어 새의 눈에는 나비모충처럼 보이게 하고 새는 달팽이를 잡아먹는다. 뿐만 아니라 새에게 잡아먹히기 좋도록 높은 나무로 계속 올라가게 달팽이를 조종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좋게 숙주인 달팽이가 새에게 잡혀먹지 않게 되면 그 달팽이는 기생충이 없는 일반 달팽이보다 훨씬 오래산다는 것이다.



[ Leucochlordium paradoxum 에 감염된 달팽이 ]



촌충에 감염된 물고기는 그 행동이 매우 느려지고 촌충의 크기 때문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벌레는 다자라면 물고기 무게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물총새나 왜가리 등의 새가 물고기 떼를 공격할 때 다른 물고기들은 빠르게 피하는 반면 숙주 물고기는 살집이 오른것처럼 보이고 움직임이 느려서 쉽게 잡아먹히게 된다.

그럼 촌충은 쉽게 새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새를 숙주로 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




란셋흡충은 소같은 초식동물의 몸속에 알을 낳는다. 소똥에 섞여 나온 알은 여러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작은 애벌레가 돼서 개미에게 들어간다. 다시 알을 낳으려면 초식동물의 몸속으로 가는 것이 필수. 그래서 란셋흡충은 숙주인 개미의 두뇌를 조종해 밤이면 풀잎 끝에 올라가 가만히 있도록 한다.

초식동물이 풀을 뜯을 때 몸속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햇볕이 따가운 낮에도 숙주인 개미가 계속 풀잎에 올라가 있게 했다가는 볕 아래서 개미가 죽을 수도 있으므로 낮에는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한다.



남미에 서식하는 소파리는 유충시절 기생충으로 살아간다. 소파리 암컷은 짝짓기 이후 배에 알을 붙이고 돌아다니다가 동물의 피부에 앉는다. 그러면 배에 붙어 있는 파리 알들이 체온을 이용하여 몇초만에 부화하고 동물 피부의 작은 구멍중에 하나로 파고들어간다.
구더기는 피부속에서 조직을 파먹으며 자라게 되는데 일정한 크기가 되면 피부를 뚫고 나와서 땅에 떨어지게 되고 땅속에서 번데기가 되어 파리로 변태한다.



하얀색으로써 지렁이 같은 모양에 수컷은 길이 5㎝이고, 암컷은 60㎝까지 자라는 메디나선충이 있다. 물이 귀한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코란은 돼지와 고인물을 멀리할 것을 말하고 있는데 이 둘은 기생생물의 감염원이다. 성서에서 사막에서 이스라엘인들을 괴롭혔다고 기술하고 있는 시뻘건 뱀은 메디나선충(guinea worm)이였을지 모른다. 이 메디나선충이 몸밖으로 나올 때 단숨에 뽑아서는 안되는데 그렇게 되면 2개로 동가리가 나서 몸안에 있는 것은 죽게되어 치명적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치료는 한주일 이상 걸리는데 꼬챙이같은 것으로 그것을 둘둘 감으면서 천천히 뽑아내야 한다. 이 발견은 때론 잊혀지고 때론 기억되고 했지만 의학의 심볼속에 머큐리의 지팡이-2마리의 뱀이 막대기를 감고 있는 것-로서 알려져 있다.

메디나선충은 물에 알을 낳고 주로 식수를 통해 사람에게 들어오는 데, 번식을 하려면 다시 물로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벌레는 사람의 발과 다리에 물집과 염증이 생기게 하여 물집으로 인한 쓰라림을 가라앉히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을 이용한다. 그때를 이용해 메디나선충은 피부를 뚫고 나와 다시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진균류 (동충하초의 일종, 학명 Ophiocordycepts unilateralis)를 곤충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자라나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곤충은 식물의 잎사귀 뒤쪽의 그늘진 곳으로 가서 죽는데 이곳이 곰팡이가 자라나는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즉, 진균류는 개미의 죽는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진균류에 감염되서 죽은 개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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