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푸앵카레 가설의 증명

얼마전 푸앵카레 가설을 완전히 증명한 러시아 수학자가 은둔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세간사람들은 은둔하는 수학자의 특이한 점에만 주목하고 정작 푸앵카레 가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것은 우주의 미래, 그 구조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푸앵카레 가설은 유한하고 구멍이 없는 3차원 공간은 3차원 구면뿐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compact without boundary인 다양체의 기본군(fundmental group)이 단위원소 하나뿐인 군 일때, 3차원 구면(3-dimensional sphere)과 위상동형(homeomorphic)인가? 이다. 4차원 이상의 경우는 예전에 풀렸고 이번에 3차원에서도 증명되었다.

다시한번 설명하면 푸앵카레가설은 2차원의 계산이 3차원 공간의 비슷한 문제에도 해답을 제공할 수 있게 쉽게 변화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푸앵카레 자신은 '그렇다'고 답했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했다.

1887년, 스웨덴의 국왕 오스카 2세는 "태양계는 과연 안정된 상태인가"라는 천문학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2만 5천 크라운의 상금을 준다고 발표했다. 태양과 9개의 행성, 그리고 소행성과 수많은 위성들이 안정된 궤도를 계속 돌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어느 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태양과 정면 충돌하할 것인가?

포앙카레는 이 문제에도 도전했다. 태양계에서 지구의 공전주기는 태양과 지구만을 고려한 결과이다. 달이나 다른 행성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포앙카레는 두 물체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구와 달의 관계에서 태양을 고려할 때 (삼체 문제)뉴턴 방정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해답을 얻자면 일련의 근사치를 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섭동이론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무한개의 항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포앙카레는 태양계는 본질적으로 다체문제이기 때문에 비선형 방정식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새로운 방정식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 세번째 천체의 질량을 0으로 두고, 다른 두 천체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두 천체로부터는 영향을 받는다는 '제한삼체문제'를 제시해 세번째 천체의 운동을 조사하였다. 또한 다차원 궤도를 저차원 궤도로 차원을 내려 운동상태를 해석하는 '포앙카레의 절단면 (Poincare's section)' 방법을 고안하여 비선형 미분방정식이 해석적으로(analysically) 풀리지 않더라도 해의 집합의 공간적 구조를 조사해서 역학계의 정성적 성질을 이해하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우 작은 섭동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궤도는 안정을 유지했으나, 어떤 경우는 매우 작은 섭동을 가해 줘도 행성이 큰 폭으로 요동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궤도를 이탈할지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포앙카레는 혼돈의 예측불허성의 원인이 되는 '결정론적 계에서의 초기 조건에의 민감성'을 최초로 알아낸 것이다.


"우리가 머릿 속에 알아챌 수조차 없는 만큼 작은 원인이 놀라울 만큼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 대개 우리는 그것이 우연의 작용이라고 흔히 생각 한다. 만약 자연법칙과 우주 최초의 순간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우리는 동일한 우주 이후 계속되는 임의의 순간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비록 자연법칙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초기 상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근사치'에 불과하다. 만약 초기상태의 근사와 같은 정확도로 다음 상태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 자연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초기값에 나타나는 작은 차이가 최종적인 현상에 큰 차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예측은 불가능하게 되고, 우리 앞에는 우연적인 현상 만이 남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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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Poincare : in "Science and Method" Dover, N.Y., 1952)


포앙카레는 결정론적 법칙에 따르면서도 복잡하게 움직이고, 초기조건에 민감한 '나비효과'에 의해 장기예측이 불가능한 현상, 즉 '카오스'를 발견한 것이다. 포앙카레의 뛰어난 천착은 1960년대 카오스의 후예들이 여기저기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까지 70년 이상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골방에 처박히고 말았다. 뉴턴의 세계관은 너무도 깊게 뿌리 박혀 있었고 실제의 천문 현상은 뉴턴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앙카레 자신조차 "이 결과는 너무나 기이해 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혼돈은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질서의 대부'인 시계를 상징하고 있는 진자 운동에서조차 혼돈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진자 운동에서 공기저항을 고려할 때는, 또는 진폭을 충분히 크게 했을 때는 비선형 동력학적(혼돈)성향을 띠게 된다. 뉴턴 역학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되는 태양계 내 행성들의 운동에서도 삼체(three body) 이상을 고려했을 때(금성이나 화성 등의 영향을 함께 생각하는 것) 혼돈 과학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혀 법칙화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질서한 운동에서도 질서가 있고 질서정연한 결정론적인 법칙을 따르는 운동에도 혼돈 현상이 존재한다는,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율배반적인 성향을 가진 것이 혼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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