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결어긋남 - decoherence

Zeh는 파동함수의 붕괴와 고양이 패러독스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매우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 광자나 공기분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책이나 고양이처럼 덩치가 큰 물체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자나 분자는 거시적 물체의 파동함수, 또는 결맞음 - coherence - 상태를 교란시키고 있다. 즉,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파동함수의 마루와 골이 광자나 공기분자에 의해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슬릿을 통과하는 광자에 꼬리표를 달아주면 간섭무늬가 사라졌던 것처럼, 주변으로부터 작은 입자들의 폭격을 받고 있는 물체들도 간섭현상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리고 양자적 간섭이 일어나지 않으면 양자역학의 확률적 특성은 동전던지기나 룰렛의 특성과 비슷해진다. 주변환경의 결어긋남 현상이 파동함수의 규칙을 교란시키면 양자역학의 신기한 특성이 일상적인 확률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잘 이해하면 양자적 관측의 저변에 깔려 있는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 홀로 `고립`되어 있는 전자가 하나 있다고 하자. 이 전자의 파동함수로부터 유추한 결과, 전자가 `이곳`에서 발견될 확률이 50%이고 `저곳` 에서 발견될 확률도 50%라면 이 확률은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해석되어야한다. 즉, 전자가 가질 수 있는 두가지 가능성이 서로 뒤엉키면서 나타나는 간섭효과도 고려해다한다는 의미다. 대충 말하자면 전자는 이곳과 저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이제 고립되어있지 않은 거시적인 크기의 장비를 이용하여 고립된 전자의 위치를 관측한다면 어떤 결과가 얻어질 것인가? 관측장비의 눈금이 `이곳`을 가리킬 확률이 50%이고 `저곳`을 가리킬 확률도 50%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눈금이 두 곳을 동시에 가리키는 경우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와 관측장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결어긋남 현상이 발생하여, 양자적 확률이 일상적인 확률로 변했기 때문이다. 동전을 허공으로 던졌을 때 50%의 확률로 앞면이 나오고 50%의 확률로 뒷면이 나오지만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는 없는 것처럼, 관측장비의 눈금은 50%의 확률로 이곳 아니면 저곳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도 이것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된다. 즉, 관찰자가 뚜껑을 열어서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기 훨씬 전에 상자 내부에 주변 환경은 고양이와 수십억차례의 상호작용을 주고받았으므로 신비한 양자적 확률은 고전적 확률로 바뀐 상태이다.  이와 같이 결어긋남은 거시적 물체에 존재하는 상식을 벗어난 양자적 특성을 희석시킨다. 따라서 이이론에 따르면 관측행위 자체를 유별난 행위로 취급할 필요가 없다. 즉, 관측이란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 The fabric of the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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