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상보적 물질(matter)과 정신(psyche)

20세기초의 천재 양자물리학자 파울리는 1931년 결혼에 실패한 뒤 심한 좌절에 빠졌다. 1931년 겨울 그는 최악의 상태에 빠졌는데, 이때 파울리는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 찾아갔다. 이 만남은 훗날 둘 사이의 과학적 접촉으로 이어졌다. 파울리는 측정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양자역학적 과정을 관찰자의 주관적이고 심리적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양자역학이 지니는 비결정론적 성격을 종교에서 연금술적 상징들이 표출되는 집단 무의식을 다룬 칼 융의 정신분석학과 연결시켰다. 즉 관찰자의 주관적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치 소우주인 인간이 정신적으로 만다라(mandala)에 들어가서 우주 생성에 개입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적 대상에 관찰자의 측정행위가 영향을 미치는 전체성을 논함에 있어서 보어는 관찰을 원자계와 측정 도구와의 상호작용으로 보았다. 하지만 파울리는 측정도구를 관찰자의 감각기관이 확장된 것으로 보면서, 관찰을 원자계와 관찰자의 의식과의 상호작용으로 간주했다. 파울리는 물질과 정신의 엄격한 구별을 강조했던 데카르트적 이원론의 견해와는 달리 실재는 물리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을 동시에 포함하는 전체로서 이해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즉 물질(matter)과 정신(psyche)은 실제에 대한 상보적 표현이며,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파울리의 이런 생각은 연금술적 전통과 불교적 세계관과 깊은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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