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생물과의 경쟁

동물들이 기생생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기생생물을 앞설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분열하는 것이다. 이것은 식물 육종가에게는 잘 알려져있다. 식물이 자신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자라나는 새싹의 끝(생장점)에는 대체로 기생생물이 없다. 한발 더 나아간 기발한 이론에 따르면 정자는 난자를 감염시키는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작게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인간의 배아는 수정후에 미친듯이 세포분열을 하는데 어쩌면 세포구획중 하나에 숨어있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성(sex)인데 짧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양성을 통해서 기생생물의 공격열쇠를 막을 수 있는 복잡한 자물쇠를 끊임없이 만드는 것이다.
세번째 방법은 면역체계로, 파충류의 후예만이 가지고 있다. 식물과 곤충, 양서류의 경우에는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해충에게 유독한 화학물질을 만들고, 몇몇 해충은 이런 화학물질을 파괴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상호 무기경쟁을 가속화한다.

면쳑체계는 생명의 역사속에서는 매우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약 3억년 전에 파충류에게서 시작되었다. 양서류, 어류, 곤충, 갑각류, 곤충 등은 면역체계가 없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대학 Hans Bremermann에 따르면 성(Sex)없이는 면역체계가 존재할 수 없다.

면역체계는 약 1000만 종류의 백혈구로 이루어져있다. 각 종류는 항원이라는 박테리아의 열쇠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라는 자물쇠를 지닌다. 특정 박테리아가 열쇠를 이용해 특정 자물쇠를 열게되면 백혈구는 이 침입자를 파괴하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분열해서 군단을 만든다. 침입자는 감기바이러스일수도, 결핵이나 혹은 이식된 신장세포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문제점이 있다. 한 종류의 세포 수백만개나 수백만 종류의 세포 한개를 수용할 공간은 있지만 수만 종류의 세포 수만개를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열쇠를 봉쇄할 수 있는 각각의 항체 자물쇠를 모두 보유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각 백혈구를 몇개씩만 지니고 있다. 자신의 자물쇠에 맞는 항원과 접한 백혈구는 곧바로 분열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감기의 감염과 면역반응 사이에는 공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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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4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