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시애틀에서의 일이다. 25세의 한 여성이 다리 난간을 기어올라갔다. 다리는 금새 출동한 경찰과 구경꾼으로 꽉 막혀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여자를 설득해서 내려오라고 했다.
그러나 교통정체에 짜증이 났던 운전자, 승객, 구경꾼들이 그 여성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죽을거면 어서 뛰어내려!", "멍청한 년! 어서 뒈져!","어서 뛰라니까!" 여성을 진정시키려는 경찰의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고 여성은 16층 높이 아래 강으로 뛰어내렸다.
사회학자 리온 만(Leon Mann)에 따르면 '왕따현상' 이 발생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만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투신자살 사례중 구경꾼들이 뛰어내리라고 부추긴 경우가 절반이나 된다. 그리고 밤일 수록,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익명성이 보장되서 더욱 크게 소리지른다고 한다.
이런 비이성적인 현상은 폭동의 발생이나 주식시장의 거품형성과 놀라울정도로 비슷하다. 이는 우연히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 같지만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이것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군중이 폭발하려면 쉽게 난폭해지는 과격한 선동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선동가와 함께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이다. 그에 따르면 어떤 경우든 폭동을 일으키지 않을(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사람들이 충분히 섞여있다면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케인즈의 말대로 미인대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줄어들수록 시장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고 뿌리부터 튼튼해질 것이다.
-대중의 지혜 3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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