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우리는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중도적인 결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연상한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배심원제도 연구결과를 보면 실제로 토론은 이와 정확히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1960년대부터 사회학자들은 토론을 통해 사람들의 의견이 잘 조율되기보다는 오히려 극단적인 결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즉, 위험기피형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지나치게 안전제일주의만 고집하는 반면, 위험추구형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반대로 훨씬 더 위험한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배심원중 변호인 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논의하면 논의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변호인측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변한다. 이러한 경향은 흉악범죄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데 배심원들이 피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논의를 거듭할 수록 피고는 더더욱 `죽일 놈`이 되서 훨씬 무거운 형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시카고 대학의 법학교수 캐스 선스테인이 발간한 저서 `왜 반대파가 필요한가(Why Society Needs Dissent)`에도 잘 나와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의 한가지 원인은 사람들이 `사회적 비교`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처음에 집단의 중간에 서 있던 사람은 집단의 의견이 실제로 오른쪽으로 옮겨가면 중간도 오른쪽으로 옮겨가므로 그는 자신의 의견을 오른쪽으로 옮기게된다. 특히 자기 의견이 명확치 않을 때 집단내 의견을 참고하게 되는데 집단사람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되면 덩달아 그 방향으로 휩쓸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감안하면 토론에서 말하는 순서와 암묵적 상하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게 고려해야한다. 토론은 초반에 정한 생각과 입장이 전체 토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 대중의 지혜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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